하피<<<시영 기타 덕질



여길 봐요.

어두운 밤, 램스키퍼의 육중한 동체 소음만이 들리는 스산한 암흑 속에서 하피는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이건 제 위예요. 여기에 대장, 소장. 위로 올라가면 간, 폐. 이쪽에 신장.

옥색 눈에 담기는 것은 으스러진 그녀의 전 주인. 하피가 그렇네요, 하며 미소지었다. 하얀 손이 핏물진 허공을 쓸어내렸다. 짓눌린 살덩이들을 보던 하피는 상처투성이의 심장을 손에 쥐었다.

그래요. 심장이죠.

덤덤하고 담백한 주인의 말에 그녀가 박동하지 않는, 형편없는 근육을 매만졌다. 제가 감시관님을 많이 보고싶었나 봐요. 하피는 주인의 허상을 향해 웃어보였다.

틀려요. 제가 당신을 찾아온거지, 당신은 절 부르지 않았어요.

기분나쁠정도로, 당신은 멀쩡하네요. 주인의 악의섞인 말에 하피가 퍽 미안한 얼굴로 심장에서 손을 떼어냈다. 거짓말은 죄송해요, 삶이 꽤 즐거워서요. 귀여운 후배를 잠시 떠올린 그녀는 곧 투덜이 아가씨, 함장이된 조련사, 통제잘되는 강아지, 순진한 차원종을 차례로 상기했다.

그렇다고 잊진 않았어요. 다시 감시관님의 그림자로 돌아갈 거란걸요.

절대 잊을리가 없잖아요? 하피는 땅바닥에 뒹구는 갈색 눈동자에 스스럼없이 입을 가져다 대었다.

——
홍시는 죽어도 하피를 놓고싶어하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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