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약간은 뻗친 구석이 있는 녹빛 눈에 들어오는 머리빛깔. 술에 취하기는 커녕 술잔도 뵈지 않는 자리였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예섬에게로 쏠려있는 상황에서, 연락을 받고 달려온 미로쿠는 그 시선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재떨이 한 가득 쌓이다 못해 넘친 담배 꽁초들과 널린 빈 담배 갑. 담배를 피던 이였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에 폣병이 걸려도 문제없을 양을 잇달아 피는것이 인간같아 뵈지 않았다.
도톰한 입술에서 연기가 새어나오길 몇번, 어느새 다 타버린 담배의 불을 끄고 익숙한 손으로 새 담배를 뽑아 문 예섬이 그를 돌아봤다.
"—아."
그의 놀람과는 다르게 살풋 웃으며 손짓한 예섬이 라이터에 불을 당겼다.
"미친년."
그런 예섬의 행동을 막고 담배를 빼앗기까지의 짧은 시간. 그 역시 질린단 얼굴로, 쌓인 담배꽁초에 막 찌그러트린 담배를 던져놓았다. 킥킥, 웃는 얼굴은 평소와 같았지만 물씬 나는 담뱃내에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언제부터 담배핀거냐?"
"오래 됐어. 평소에도 이렇게 피는건 아니고, 그냥 가끔씩 당길때 있잖아."
"안펴서 몰라. 여자가 뭔 담배야."
와, 성차별 발언. 나긋한 목소리였다. 술에 취한것도 같고. 미로쿠는 생각하며 점원에게 테이블을 치워달라 요청했다. 잠시의 침묵동안 빠르게 테이블이 비워졌고, 예섬은 엎어지듯 테이블 위에 몸을 기댔다. 어쩐지 쓸쓸한 얼굴이었다.
미로쿠가 하얀 얼굴을 바라봤다. 오똑한 콧대에 이어 반듯한 눈매가 눈에 들었다.
—마리스 오빠랑 결혼할꺼야!
어린시절 제 형을 향해 혀를 빼물고 웃던 아이가 그 위로 덮어씌워진다. 그와는 다르게 어른스럽고, 또 잘생기던 사람. 그에 비해 카오스교인 답게 자주 오락가락하던 미로쿠는 썩 인기가 많은 편이 아니었다. 애초에 또래가 적기도 했지만 그건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하는 심정이었다.
"야. 너 형 생각 하냐?"
"—아니. 마리스 오빠를 내가 왜?"
아니, 첫사랑이 죽었다고 하니까 우울해진건가, 싶어서.
푸흡. 그건 첫사랑도 아니었어. 어린애 장난이지.
웃는 얼굴에서 잠시 빛이 사라졌다. 그게 아니라면 왜, 너는 이러고 있을까. 미로쿠가 천천히 손을 뻗어 예섬의 귓바퀴를 매만졌다.
보랏빛 눈동자가 살짝 흐려졌다.
"너 손길 되게 야해."
"그래서 뭐."
아니. 그냥 그렇다고.
아침이었다. 미로쿠가 눈꺼풀 틈으로 새어드는 햇빛에 인상을 찌푸렸다. 얇은 팔이 목가에 둘러졌다. 쓴 술냄새와 독한 담뱃내에 그는 꼭 정신을 잃을것만 같았다. 얼굴을 쓰다듬는 차가운 손에 입맞추고, 더운 숨을 내는 콧끝을 서로 부볐다.
그들의 관계는 다시 만나고 나서부터는 항상 그랬다.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도 동시에 손을 뻗었고, 입을 맞췄고, 몸을 섞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서로를 친구라고 칭하길 원했다.
"—잘 잤어?"
아침이라 잠긴 목소리가 예섬을 깨웠다. 응, 하는 단답과 함께 몸을 일으킨 그녀는 아직 누운채로 눈만 뜬 미로쿠를 향해 웃어보였다. 얇은 허리를 다 가린 녹색 머리카락이 가벼이 흔들렸다.
그들은 바로 전날 함께 밤을 보낸것에 개의치 않아했다. 너무나 당연하게 몸을 씻고, 아침을 함께 먹는 동안, 그들 사이에 오간 말은 연인보단 오랜 친구의 그것과 같았다. 그들은 그런 관계를 친구라고 불렀다.
★
친구이상 연인미만관계로 둘이 꽁냥거렸으면 좋겠다.
겁나 남들이 보면 친군가? 싶은데 둘은 친구라고 못박는 사이ㅠㅠㅠㅠㅠㅠㅠ
그래놓고 끈적한짓은 다하겠지ㅠㅠㅠ
아니라고 하니까 애인아니라고 믿는데 하는짓이 야해서 차라리 사귀던가, 하는 둘이 좋다ㅠㅠㅠ
최근 덧글